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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왜 이렇게 '암기'가 어려운 걸까. 그런 분야를 담당하는 뇌세포가 점차 줄어 들고 셀의 조직 자체가 노화되어 가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인가. 시쳇말로, 머리가 안 돌아가서 요즘 아주 고역을 치르고 있다. 날은 점점 더워가고 하루 종일 컴퓨터를 끼고 해야 하는 업무인데다 나날이 이어지는 교육에 시험에 거기다 출근 시간의 끔찍한 노선까지, 열거를 하자면 한 두가지 아니다. 어느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뒤죽박죽, 그냥 닥쳐오면 오는 순서대로 처리하며 생활하고 있다. 생활이 어떻게 보면 거대한 임시방편이다. 그저 떼우면서 살고 떼워서 넘기고 거짓말하고 숨기고 아닌 척 하고 안그런 척 하면서 매일을 살고 있다. 암기가 안돼는 것이 비단 회사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암기력이 떨어지면서, 퇴근길에 머릿속에 떠오른 단상들이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가 되지 않고 그냥 퍼즐 조각처럼 제각각 분산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아침에 좋은 생각이 났는데 오후에 말짱 잊어 먹는다. 아, 그럴때면 어찌나 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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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서운 사람이야. 나는 당혹스러운 것 말고 아무런 감흥도 없어. 다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 문성근씨가 많이 애통해 하겠구나를 생각하니 오히려 그게 마음 아프네. 어제 밤에 MBC에서 방송한 다큐에서, 죽음과 싸우고 있는 '재희'를 보며 새벽까지 눈물 바람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또 그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지. 온,오프를 막론하고 이번 일로 파장이 크겠구나 싶었지. 그렇지만 고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도 아닌 그곳 게시판에서 '애도의 물결'을 목도하리라고는 솔직히 상상도 못했어. 사람이 죽었는데 '죽을만 했다' , '잘 죽었다' 라고 말하는 이는 없을거야. 뭐, 몇몇 애들 빼고. 그리고 추모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철저히 개인이 할 나름인데 그게  그곳 게시판에 줄줄이 모여있을 필요가 있을까. 오늘이 가기 전에 거기다 글 하나 안 남기면 인간미도 없고 진보도 아니고 하여간 뭣도 아닌 사람이 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뜻밖의 광경이었어. 뉴스 보면서 마음속으로 '참 그 양반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곳 게시판을 한 번 둘러보고 나니, 한동안 인터넷에 들어오면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군. 뭐 진중권씨까지 나서서 장문의 애도사를 남긴 마당에 더 이상 글을 쓰는데 망설임이 필요 없었겠지.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마치 커밍아웃 하듯 앞다투어 고해를 하더라구. 그래, 그래서 나는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 됐다니까. 애증과 회한이 뒤섞인 그 고백들이 조금도 눈물겹지 않은 나는, 인간미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사람이 된거지. 고인에게 한 때라도 '좋았던' 감정 조차 이입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오히려 재임 기간 내내 기만당했다는 느낌에만 사로잡혀 분노했었던 나로서는 짜낼 눈물도 없고, 돌이켜 볼 개인적인 추억도 없고, 전직 대통령 고향 마을이라는 타이틀이 관광지로 온전히 정착하기도 전에 이런 일을 당한 봉하마을 주민들이 좀 측은할 따름이니까. 그리고, 사람 죽었으니 '죄'가 무슨 소용이냐는 일부 사람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암튼 차후 전모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게 평가하는지 두고 보고 싶더군. 이것 봐 나, 무서운 사람이야. 누가 그러더라, 냉혹한 사람이라구. 어제 고인이 된 탤런트의 죽음은 애도가 되는데 오늘 가신 분 한테는 그게 안되네. 그곳 게시판에 계신 분들이 하도 예민하고 섬세하고 남의 감정을 특히 소중히 여기는 분들인지라, 혹여 그 귀하디 귀한 마음에 흠집이라도 낼까봐 솔직한 글은 못 쓰겠더라. 나는 그냥 '무서운 사람' 할까봐. 피차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던지는 감정적인 말들인데 무서운 사람이면 어떻고 웃기는 사람이면 또 어떻겠어. 툭하면 이런 어조로 글 잘 쓰시는 분 한테, '내가 왜 애도해야 되는데?' 라고.. 똑같이 물어보고 싶었는데 참았어. 개인적으로 고인과 얽힌 게 많은가 보더라구. 슬프다는데 할 말 있나.    

그나저나 오늘 죽은 사람 아니라도 요즘 골치아프고 슬프고 미치고 팔짝뛰겠는 일 수두룩한데 참 안 도와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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